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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오늘의 핫이슈

MBC드라마 '선덕여왕’ 은 MBA 교재다???


최고의 인기드라마 MBC선덕여왕 시청률만 40%가 넘는..


역사는 흔히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로 정의된다. '현재의 관점에서 해석되어진 과거'로 인용되기도 한다. 역사드라마라 해도 현대와 맥이 닿아 있지 못하면 성공하기 힘들다. 역사 속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가건, 상상력을 더하는 퓨전사극이건 마찬가지다. 과거에 있음직한 이야기로 현재의 시청자를 공감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드라마 선덕여왕은 탁월하다. 지금까지 제작된 사극 중 상당수는 과거 사실을 현재적 의미로 부각시키는데 미흡해 저조한 시청률로 마감했다. 일종의 실패다. 하지만 '선덕여 왕'은 많은 이야기와 에피소드가 유기적으로 짜여 있으면서도 현재적 의미도 획득해 시청률 40%를 너끈히 돌파하며 국민 드라마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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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만

선덕 여왕 덕만 = 덕만은 백성에게 '희망' 을 만들어내 통치해야 한다는'희망의 정치' 를 주장한다. 가장 과거 이야기일 것 같은 일식과 같은 천문 현상도 알고보면 현재와 직결된다. 제정일치사회가 제정분리사회로 바뀌는 고대사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선덕여왕' 기획자인 이창섭 CP는 "미실은 자연 천문 현상에 대한 정보를 독점해 다른 귀족이나 신료에 비해 정보력에서 우위에 있고, 백성에 대한 통치수단으로 삼았다"면서 "이는 인공위성기술을 일부 선진국이 독점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미국과 북한, 한국의 현대 상황과도 통하는 맥락"이라고 설명한다.

미실(고현정)과 덕만(이요원)의 통치철학에 관한 설전은 '100분토론' 못지않다. 백성에게 '환상'을 만들어내 통치할 수 있다는 미실과 백성에게 '희망'을 만들어내 통치해야 한다는 덕만의 통치술은 당장 현실 정치에 대입해도 좋은 정치관이자 조직관리술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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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

리더십에 대한 정의는 시대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과거의 리더십은 권위가 있고 카리스마가 강한 사람을 지칭했다면, 현재의 리더십은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어나가며 인화를 강조하는 덕만은 '선덕여왕'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이자 현대의 리더십과도 직결된다.

이 점은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공포스럽게 만든다'는 미실의 마키아벨리적인 방식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동시에 설원, 세종, 미생, 하종, 보종 등 혈연에 바탕한 강력한 참모뿐만이 아니라 하부조직의 화랑까지 장악한 미실에 비해 덕만의 조직력이 현저히 떨어지는데도 덕만이 향후 미실과의 대적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미실과 덕만의 통치방식의 단순한 대립을 보여주고 덕만의 방식이 성공한다는 결론으로 그냥 이어지는 게 아니다. 희망의 정치를 주장하는 덕만이 그 목표를 실현시키는 과정에서 '미실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매우 현실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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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담


미실은 '어출쌍생성골남진'으로 진평왕과 마야부인의 왕위 계승에 부담을 주고, 천문 현상에 대한 독점적 해석으로 백성에게 불안을 조장해 사익을 채워왔다. 덕만은 미실의 이런 행위를 중단시켜 미실의 권위를 해체하고 자신이 왕이 되는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비문을 조작하는 등의 방식으로 '개양자'를 내세웠다. 이는 현실정치의 어쩔 수 없음, 즉 현실정치에서는 이상만으로는 안된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덕만이 쉽게 리더로서의 헤게모니를 잡는 게 아니다. 미실과는 대결을 벌어야 하고 정당성도 확보해야 한다. 정적이자 라이벌인 미실 외에 문노가 오히려 덕만의 리더십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도 흥미로운 현상이다.

미실파에 가담하지 않았던 문노가 덕만에게 "공주님이 왕이 되도록 돕지 않을 것이다. 나의 도움을 원한다면 미실보다 공주님이 나은 점을 증명해 보이라"고 한다든가, "당신(덕만)은 대업을 이룰 무엇을 가졌느냐"고 묻고, 또 덕만이 왕이 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여자라서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역사에서 본 적 없는 여성 정치가(미실)를 갖고 있다"고 말한 것은 덕만이 독립적으로 리더가 되어 나가라는 가르침이다.

선덕여왕드라마는은 이전의 어떤 사극 주인공보다 독립적인 주체성을 가졌다는 점도 현대적인 의미를 강하게 지닌다. 김영현 작가의 전작인 '대장금'의 장금이는 항상 중종 또는 민정호의 도움을 받았으며, '서동요'의 서동도 신라 진평왕의 딸인 선화공주라는 든든한 '빽'이 있었다. '이산'에서 정조는 할아버지인 영조가 귀족의 음모를 어느 정도 차단시켜준다.

하지만 덕만은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모든 것을 혼자 힘으로 개척해 나간다. 보모와 함께 궁에서 쫓겨난 덕만은 서역에서도 혼자 교역중개 역할을 했고, 환궁해서도 생도 훈련소(예비 화랑)에서 바닥부터 닦아 나갔다. 현대는 이런 리더상을 원한다.

후반부 주목받는 비담이라는 캐릭터도 매우 현대적인 인물이다. 덕만과 미실과 달리 선과 악이 공존하는, 욕망에 의해 행동하는 복합적인 캐릭터 비담은 언뜻 만화 속에서 나온 것 같기도 하지만 갈수록 현대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통치철학은 곧 경영철학

정보 독점ㆍ조직원 융화

사람의 마음 얻는 통치술 등


리더에 필요한 메시지 총 집결




출처: 헤럴드경제 ‘선덕여왕’ 은 MBA 교재다(기사보러가기)